목록역마살 인생에서 배우다. (22)
막내 딸의 역마살 편지
사랑하는 엄마아빠, 이제 사랑이가 나오면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시기가 되니, 2006년,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처음 제대로된 공부를 시작했던 그 때가 생각나 편지써봐요. [시드니 대학교 본관 건물.. 정말 웅장하고 예쁘지요. 학교 다닐때는 눈에 보이지도 않더니, 지금 보니 참 멋진 학교를 다녔어요. 저. ^^ ] 시드니대학교 석사 합격소식을 듣고도 뭐 별로 기대도, 두려움도 없이 묵묵한 감정으로 학교에 갔다가 첫 수업을 듣고 충격을 받았던 것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충분히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학교라는 곳은 다른 곳이었다는 것은 그때는 미처 몰랐나봐요. 호주 생활 3년차에 이렇게 언어적 장벽을 느끼게 될 줄이야... 세미나..
사랑하는 엄마아빠께, 벌써 8년이나 전이예요.생각해보면 엊그제만 같은데, 시간이 어떻게 그렇게 쏜살같이 흐를까요. 요근래 아이가 태어나면 이래저래 할 수 있는 일들이 제약되어 있으니까, 밀렸던 영수증 정리며, 은행공과금 정리며, 여러가지 잡다한 일들을 하고 있었어요.작년에 컴퓨터의 뭐가 잘 못되서 다 날라가 버린 내 사진도 얼마전에 복구했어요. 그 이후 정리를 안해서 사진들이 엉망징창이었는데, 그것도 요즘 정리하고 있어요 . 그러다 섬나라 선교 갔을때 사진들을 얼추 정리하면서 그 때 생각도 나고, 엄마아빠한테 제대로 이야기하고 보여드린 적도 없는 것 같고.. 하는 생각도 나고 해서,오늘부터 또 차근히 섬나라 추억들을 떠올리며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여행은 어디를 갔다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와 함..
사랑하는 아빠, 엄마. 얼마전에 중세 신성로마제국의 수도였다던 체코라는 나라의 프라하로 여행을 다녀왔어요.유럽에 사니 이렇게 다른 나라와 문화를 접하고 공부하기가 이렇게 쉬운 일이 되었어요.그러고 보면 유럽사람들은 지리적인 복을 받은 건데, 그걸 알고 감사하며 살고 있을까 모르겠네요. 역사를 좋아하는 아빠가 같이 왔더라면 정말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아빠는 다큐멘터리로만 보셨다는데, 세계를 떠돌면서 눈으로 직접보는 딸보다 더 많이 아시고, 대화를 나눌 때면 내가 작아지는 걸 느껴요. 살아온 세월을 우리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느껴요. 보고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그것을 보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하게 되어요. 그런 대화도 ..
사랑하는 아빠, 엄마께, 오늘 문득 영국에 처음 오던 날 생각이 나요.이제는 신랑이랑 같이 외국을 나가니, 걱정없다 하던 엄마말씀도 생각나고, 비행기타고 내려와서 아는 사람 하나없는 이 외국땅에 또 무얼 하겠다고 나는 이 모험을 시작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던 생각도 나고... 오늘은 밖에 비가 엄청나게 오고 있어서 그런지, 마음도 센치해지고, 2년전 9월 비오던 날들이 생각나요. 영국에 꿈에 그리던 학교에 합격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 학교가 별거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갈까 말까 고민도 하고 했는데, 신랑의 독려가 없었더라면 아마 오지 않았을 것 같아요. 또 다시 시작하는 나의 이 역마살 인생을 어떻게 나는 감당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그렇지만, 역시나 설레는 마음도 있고, 뭔가 새로운 것을 ..
사랑하는 엄마 아빠, 오늘도 이스라엘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어제 그렇게 글을 쓰고 나니, 새록 새록 그때의 이야기 들이 생각나고 있어요. 지금도 벌써 8년이나 지난 시간이지만, 앞으로 8년이 더 지나면 이런 기억도 잊혀 질까 벌써 부터 걱정이 되네요 .ㅎㅎ 그 때 썼던 일기가 논산집 어딘가에 있을 텐데, 지금은 가볼 수가 없으니 안타까워요. 나중에 집에 가면 써 놓은 글들을 조금씩 수정해 볼까봐요 .^^ 지난번 글에서도 이야기 했어지만, 우리는 초종교 단체로 이스라엘에 성지순례와 평화 컨퍼런스를 하러 간 것이었기 때문에3대 종교의 성지를 모두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하루는 '황금의 돔'이라고 불리는 이슬람 성지에 갔었는데,무슬림들에게는 거의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메카에 버금가는 곳이라고 하더라..
사랑하는 아빠, 엄마!! 오늘도 잘 주무셨어요? 여긴 아침에 비가 오더니 잠깐 해가 났어요.이번주에는 영하로 떨어진다고 해요.눈이라도 오면 좋겠구만... 요즘 뉴스를 틀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야기가 끊이지 않아요.2004년 제가 이스라엘을 방문 했을 때만 해도 테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했었던 생각이 나요. 8년이 지난 지금도, 아니 수십 수백년간 지내온 분쟁의 역사가 이어진다는 것이 안타까워요. 그 때 평화 대행진 행사로 이스라엘에 갔었어요.저는 그 때 호주에서 소속되어서 일하고 있을 때라, 오세아니아 사람들하고 함께 갔었어요. 2주 동안 머무는 일정이었는데, 초종교 초국가 취지로 진행된 행사라, 매일 매일 낮에는 세계 삼대 종교 (이슬람, 기독교, 유대교) 성지순례가 프로그램으로 있었고..
사랑하는 아빠. 오늘 아침에 아빠하고 통화를 하고 나니 아빠가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네요. 엄마랑 나랑은 성격이 비슷해서 그런지 여느 모녀 같지 않게 둘다 너무 터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함께 쇼핑을 하거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팔자는 아닌 가봐요. ㅎㅎㅎ 아빠가 조곤조곤 하시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이 가끔은 엄마와 통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아빠 생각을 하다가 얼마전에 여기서 예술을 전공하는 친구가 '아버지'를 주제로 작품을 한다기에, 아빠가 예전에 내가 호주에 있을 때 써서 보내준 편지가 생각나서 친구에게 참고하라고 보여준 적이 있었어요.그 편지를 받고 내가 엄마아빠가 보고 싶어 엉엉 울었던 생각도 나고, 아빠의 말씀이 가슴에 아로새겨져서 더 힘내서 살았던 기억도 나구요. 편..
엄마, 아빠!! 카사바라는 뿌리음식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세요?얼마전에 여기 테스코(우리나라 이마트 같은)라는 대형 마트에 갔더니 카사바 가 있는 거예요. 카사바는 예전에 제가 통가라는 나라에 있을 때 먹었던 음식인데요, 생긴거는 고고마 같이 생겨서, 맛은 감자같은 맛이 나는 뿌리 음식이예요. 통가에 한 한달반 정도 머물 계획이어서 우리는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집을 얻었어요. 사실 통가는 그렇게 큰 섬이 아니라서, 차로 30분이면 섬을 다 둘러볼 수 있다고 할 정도니까요. 더군다나 그 당시에, 자동차 최대 속도가 시속 40키로밖에 안되었으니가 대충 감이 오시죠. ^^ 집을 얻고 나니까 집주인 아주머니가 우리 팀 아이들 먹으라고 카사바하고 단호박(통가는 단호박 생산지로 유명해요.)을 한자루씩 가져다 주셨..
사랑하는 아빠 엄마께, 오늘은 신랑과 함께 플라멩코 공연을 보고 왔어요. 매년 요맘때 쯤이면 유명한 플라멩코 연출자 (파코 뻬냐, Paco Pena)가 영국에서 플라멩코 공연을 하는데,2009년 스페인에서의 추억때문인지, 처음 찾았던 2010년 카르멘이라는 주제의 플라멩코 공연을 보고 반해버렸어요. 그 후로는 매년 이렇게 공연을 가고 있는데, 올해는 아프리카 춤과의 적절한 조화로 연출해낸 춤 공연이었는데, 정말 멋지더라구요. [2013 런던, Sadlers Well 이라는 공연장, 플라멩코를 보고] 근데 사실 오늘은 플라멩코 공연보다 아프리카 춤과 음악을 들으면서 섬나라 있던 시절이 생각나서 그 이야기를 드리려고 집에 들어오자 마자 컴퓨터를 켰어요. 노래와 춤을 곧잘하던 섬나라 사람들. 물론 아프리카와는..
사랑하는 엄마, 아빠께. 한참 태평양의 섬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선교를 하고 있던 시절, 어느날 한국 집에 갔더니, 집 복도에 세계지도가 떡 붙어 있었어요. 엄마한테, "엄마 어디 가고 싶으신데 있어요?" 그랬더니, 엄마 말씀이.. "우리딸 요즘은 어디 가있나 확인 할려구 샀다." 그러고 보니 빨간 점들이 여기저기 찍혀있는데, 내가 머물렀던 나라들이더라구요. 나도 내가 그렇게 돌아다니며 살고 있는지 몰랐는데, 그렇게 보니 참 많이도 다녔어요. 엄마 전화할때 마다, "어디냐?" 그러면,"학교요", "집이요".. 하는게 아니라, "이스라엘이요", "통가요", '호주요"... 하는 딸이 되어 놓으니..무슨 스튜어디스도 아니고, 엄마는 도통 나라이름들도 잘 모르겠다면서 지도를 사셨다고 하셨어요. 나도 잘 모르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