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딸의 역마살 편지

[예루살렘_2004] 나는 전쟁중인 한반도에 살고 있는 여학생. 본문

역마살 인생에서 배우다.

[예루살렘_2004] 나는 전쟁중인 한반도에 살고 있는 여학생.

막내 딸 2012. 11. 26. 20:55

사랑하는 아빠, 엄마!! 


오늘도 잘 주무셨어요? 

여긴 아침에 비가 오더니 잠깐 해가 났어요.

이번주에는 영하로 떨어진다고 해요.

눈이라도 오면 좋겠구만... 


요즘 뉴스를 틀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야기가 끊이지 않아요.

2004년 제가 이스라엘을 방문 했을 때만 해도 테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했었던 생각이 나요. 

8년이 지난 지금도, 아니 수십 수백년간 지내온 분쟁의 역사가 이어진다는 것이 안타까워요. 


그 때 평화 대행진 행사로 이스라엘에 갔었어요.

저는 그 때 호주에서 소속되어서 일하고 있을 때라, 오세아니아 사람들하고 함께 갔었어요. 

2주 동안 머무는 일정이었는데, 초종교 초국가 취지로 진행된 행사라, 

매일 매일 낮에는 세계 삼대 종교 (이슬람, 기독교, 유대교) 성지순례가 프로그램으로 있었고,

저녁에는 평화 컨퍼런스나, 평화의 자매결연 같은 행사가 있었어요. 




어느 날 평화의 자매결연 행사를 하는 날이었는데, 

저하고 자매로 짝지어진 아주머니는 예루살렘에 살고 있는 무슬림 아주머니 셨었어요. 

나이가 조금 지긋하신 분이었는데, 나중에는 그 집에 놀러가보기도 했던 기억이 나요. 

우리는 말이 서로 잘 안통하니까, 짧은 영어 몇마디로 의사소통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아주머니는 엄마 또래 였던 것 같아, 엄마 생각도 나고 괜시리 좋더라구요. 


* 나하고 자매결연 하셨던 아주머니


그러다가 갑자기 그 아주머니가 내 손을 당신의 두 손으로 꼭 잡더니 눈물을 글썽이시더라구요.

영문을 모르고, 나는 그냥 아주머니가 사연이 있어서 그러시나, 

이 행사가 좋으신가.. 싶어서 그냥 마주보고 멋쩍은 듯이 웃었어요. 


그러다, 아주머니가 나한테 짧은 영어단어로

"너.. 한국.. 전쟁.. 불쌍하다.... 지금.. 전쟁.. 북한 .. .위험해.. 가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래도 용기를 내라는 듯이 내 어깨를 토닥여 주시고, 

결국 꼬옥 안아주시더라구요. 

내가 북한에서 온 줄 아시나... 하는 생각도 들고, 

우리가 한반도가 위험한데 그곳에서 살고 있는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시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어찌 되었든 나를 위로 하고 계신것은 확실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예루살렘, 가자.. 이런 분쟁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항상 불안에 떨까.. 하는 생각만 해봤지,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한반도에 사는 우리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할 것이라고는 

한번도 상상해 보지 못했는데, 

생각해 보니, 우리 한반도도 아직도 형식적으로는 종전이 되지 않은 나라라는 것, 

언론은 항상 북한의 위험과 가난, 남한으로의 공격 같은 무서운 이야기들이 보도 되니, 

이 사람들이 보기에는 자기들 보다 우리가 더 안타까운 현실속에 살고 있는 것 처럼 보였나봐요. 

어느정도 사실이기도 하구요. 


* 한 평화대사의 집에서. 


나름 충격이기도 하고, 어쩌면 나도, 

자기 나름대로의 행복을 꾸리며 사는 이곳 사람들을 불쌍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미안해 지기도 했어요. 

행복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인데, 그렇게 선진국들하고 우리는 비교하며 살았던 것은 아닌가... 


다른 시각을 가진다는 것, 

다른 시각으로 볼 줄 안다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 부터 시작 되는 것이겠죠. 

그 사람의 행복, 그 사람의 마음, 

우리가 서로의 사정을 더 잘 알고 있었더라면, 

이런 생각들은 잘 하지 않을 텐데 말예요. 


그래도 요즘은 언론에서 사람이 많이 죽었다고 하니, 

걱정이 되대요. 잘 들 지내고 있겠지. 

사람을 만나는 여행은 항상 세상을 다시 보게 하는 눈을 키워주니,

그렇게 조금씩 배워 가는 것 같아요. 


사진 정리 좀 되면, 이스라엘에서 찍었던 사진들도 함께 올릴께요. 


오늘도 사랑해요, 엄마, 아빠. 



*예루살렘에서 만난 사람들. 



* 자매결연 했던 아주머니의 집에서 딸과 손주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