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딸의 역마살 편지
[통가_2005] 카사바 다이어트. 본문
엄마, 아빠!!
카사바라는 뿌리음식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세요?
얼마전에 여기 테스코(우리나라 이마트 같은)라는 대형 마트에 갔더니 카사바 가 있는 거예요.
카사바는 예전에 제가 통가라는 나라에 있을 때 먹었던 음식인데요,
생긴거는 고고마 같이 생겨서, 맛은 감자같은 맛이 나는 뿌리 음식이예요.
통가에 한 한달반 정도 머물 계획이어서 우리는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집을 얻었어요.
사실 통가는 그렇게 큰 섬이 아니라서,
차로 30분이면 섬을 다 둘러볼 수 있다고 할 정도니까요.
더군다나 그 당시에, 자동차 최대 속도가 시속 40키로밖에 안되었으니가 대충 감이 오시죠. ^^
집을 얻고 나니까 집주인 아주머니가 우리 팀 아이들 먹으라고 카사바하고 단호박(통가는 단호박 생산지로 유명해요.)을
한자루씩 가져다 주셨어요.
스파게티나 쌀을 사려면 슈퍼에서 사다 먹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모두다 수입이다 보니, 가격이 호주보다 훨씬 비싸서 사먹기가 너무 부담스러운 거예요.
그래서 아주머니가 주신 현지음식으로 어떻게 해결해 보자 해서,
버터랑 소금만 사다가 이 카사바를 쪄서 소금 쳐서 버터 발라먹고 했는데,
이게 먹다 보니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는 거예요.
섬유질도 많아서 먹으면 소화도 잘 되고 맛도 괜찮고 좋더라구요.
단호박은 붓기를 뺀다고 그러더니,
몸은 더 건강해 지는 것 같은데,
어느날 보니 살이 쑥쑥 빠져서 (그땐 체중계가 없어서 못 재봤는데) 옷들이 다 커졌더라구요.
매일 학교로 강의 나가고, 주말이면 교회로 강의 나가고,
오후에는 그 유리같은 산호초가 있는, 속이 들여다 보이는 바다로 놀러다니곤 했어요.
그러다가 피지로 갔을 때 우리 팀 멤버 중의 한 어머니가
팀 리더인 나에게 오셔서 아이들이 너무 다 말라 있으니,
영양가 있는 것들 좀 먹이지, 애들이 그게 뭐냐고 나무라시더라구요 .
참... 맘이 얼마나 아프던지.
우리다 건강하고 괜찮은데,
종종 닭도 돼지도 먹고, 잘 살았는데,
서양에서 먹는 음식들이 더 독소도 많고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서운하더라구요.
우리가 기쁘고 즐겁게 살았으면 그것도 경험이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고.
물론 부모된 마음에서는 그런게 안쓰러웠을 수 있었겠지만,
나는 뭐 엄마아빠 없나.. 우리 엄마 아빠는 나 걱정 안하시는 줄 아나...
자기 자식만 못 먹인 것 처럼 이야기 하시는 그 아줌마를 보고 있으니,
막 화가 나고 서러워서 뒤에 가서 혼자 막 울었었어요.
내가 나이가 많아도 2-3살정도 밖에 차이 안나는데,
내가 마치 유치원 선생님 쯤 되는 줄 아는 부모들이라니....
엄마 아빠 생각이 많이 났었어요.
우리 엄마아빠는 너무 멀리 계셔서 모르시는데,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이것저것 참견하시는 그 팀원의 엄마가 어찌나 미웠던지...
근데 요즘은 왠지 그맘이 이해 될 것 같아요.
어쩌면 엄마 아빠도 내가 그런 상황인줄 아셨다면
내게 그런 이야기쯤은 하시지 않았을까... 모든 부모의 마음이지 않을까...
피지에 와서 몸무게를 재어보니 40일 통가에 있는 동안 8키로가 빠졌더라구요. ^^
*통가에 같이 갔던 우리 오세아니아 리더십 팀 멤버들과.
테스코에서 카사바를 보니, 그때 그렇게 자연히 다이어트 했던(되었던) 그 시절이 생각나 몇자 적어봐요.
엄마아빠에게 지난날 다니면서 다 못한 이야기 하나씩 하니, 점점 수다쟁이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
또 생각나면 이야기 드릴께요,
여기는 잘 시간이예요.
엄마아빠도 안녕히 주무세요 ~~ ^^
사랑하는 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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