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딸의 역마살 편지
[논산_2006] 엄마의 세계지도. 본문
사랑하는 엄마, 아빠께.
한참 태평양의 섬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선교를 하고 있던 시절,
어느날 한국 집에 갔더니, 집 복도에 세계지도가 떡 붙어 있었어요.
엄마한테, "엄마 어디 가고 싶으신데 있어요?" 그랬더니,
엄마 말씀이.. "우리딸 요즘은 어디 가있나 확인 할려구 샀다."
그러고 보니 빨간 점들이 여기저기 찍혀있는데,
내가 머물렀던 나라들이더라구요.
나도 내가 그렇게 돌아다니며 살고 있는지 몰랐는데,
그렇게 보니 참 많이도 다녔어요.
엄마 전화할때 마다, "어디냐?" 그러면,
"학교요", "집이요".. 하는게 아니라,
"이스라엘이요", "통가요", '호주요"... 하는 딸이 되어 놓으니..
무슨 스튜어디스도 아니고,
엄마는 도통 나라이름들도 잘 모르겠다면서 지도를 사셨다고 하셨어요.
나도 잘 모르는 나라들도 있기는 했지만,
여기저기 다니면서 일어났던 일들 재미난 이야기들을 엄마한테 할때 마다 엄마는
"우리 딸 덕분에 엄마아빠는 이 시골집에 앉아서도 세계여행을 한다." 고 하셨던 기억이 나요.
엄마, 어쩌면 그 사람들이 사는 그 땅을 밟는건 어려울 지 몰라도,
사람사는 곳 그 마음들이 다 같애서
우리가 그 사람들하고 이어져 산다는 건 엄마아빠가 먼저 경험하고 알려주셨으니,
엄마 아빠 덕분에 내가 그 땅들을 밟아보며 사는 것 같아요.
어디 가나 적응도 잘 하고,
사람들하고 잘 사귀고 외롭지 않은 인생은,
내 안에 있는 엄마아빠의 이해하고 품어주는 그 마음이 사람들에게 고루 전해져서 이지 않을까요...
두달씩 전화 못해도 걱정보다는 반가움으로 전화받아 주던 엄마 아빠.
덕분에 내가 이렇게 독립심도 커지고, 혼자 살아갈 힘을 얻고,
더 많은 스승을 만나고, 더 많은 부모들을 만나며
풍요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아요.
오늘 아침 런던은 찬 바람이 많이 불어요.
엄마 아빠도 감기조심하세요. ^^
오늘도 사랑해요.
(그 지도를 나중에 사진찍어 올리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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