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딸의 역마살 편지
[토론토_2001] 멀리에 있다고 전화기에 소리치치 않아도 되어요. ^^ 본문
엄마, 아빠! 생각나세요?
"민주야~~!!! 잘 지내냐~~!!!"
나 처음 캐나다 가서 전화하는데, 엄마가 하도 소리를 질러서 내가 멀리 있어도 전화는 잘 되니까
소리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웃엇던 거. ㅎㅎㅎㅎ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절로 나요.
엄마가 너가 멀리 있으니 왠지 소리쳐야 들릴 것 같다고 농담처럼 이야기 하셨었어요.
소리쳐도 들리지 않는 먼곳 까지 왔는데, 전화기로 들리는 엄마 아빠의 목소리가 마치 옆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니,
더 그리웠던 기억이 나요.
다른 친구들은 엄마가 먹을거며 생필품들 보내주는데,
엄마한테 생리대 보내달라고 했다가 혼이 났었어요.
"그 사람들은 설마 생리대 없이 살겠냐, 다 사람 사는 곳이 똑같지 않겠느냐" 면서
그냥 거기 사람들 맞춰 살아보라고 했던 엄마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엄마 손길이 그립기도 하고...
비오는날 우산 안가져다 주는 엄마한테 원망하는 초등학생처럼 혼자 눈물을 찔끔하기도 했었어요.
그러다가 엄마가 결국 생리대에 아디다스에서 양말을 사서 보내시면서,
쪽지에 뭐라고 남겨주셨는지 기억나세요? ^^
'민주야, 양말은 짝퉁 아니라 진짜 아디다스에서 3000원씩 주고 산거다.' 고. ㅋㅋㅋ
소포 받고 감동의 눈물이 나다가 그 쪽지를 보고 웃다가
다시, 나 생각하는 엄마마음에 울다가 했었어요.
엄마 아빠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엄마 아빠는 알까요.
돈도 많이 없었지만,
엄마 아빠 걱정하실까 잘 살아가는 딸 이고 싶어서
항상 엄마 말처럼 당당하고 기죽지 않고, 멋지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더 힘주어 살았던 것 같애요.
자식은 역시 부모의 '말씀'보다 '행동'을 보고 자라는 것 같아요.
남들보다 여유롭게 살지는 못했지만, 나의 삶을 이끌어 가는 의지력 만큼은 누구보다 강하게 키워주셨다고 생각해요.
보고 싶은 마음 다 표현하지 못했던 아빠엄마와 나 였지만,
그 마음 가슴에 담아 전화기에 소리쳤던 그 느낌으로 이미 다 전달 받았던 것 같아요.
엄마 아빠 오늘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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