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살아계신 하나님, 엄마아빠께. (19)
막내 딸의 역마살 편지
사랑하는 엄마아빠, 오랫만에 앉아 편지를 써요. 오늘 런던은 하늘도 맑고 바람도 따뜻하고 완연한 초여름 날씨예요. 예전같으면 이런날엔 일찍부터 밖으로 나가 공원으로 강가로 산책도 하고 한껏 바깥 바람을 즐길텐데, 요즘은 일도 바쁘고 몸이 나른한 것이, 둘째가 생겨서 그럴까요, 예전같지 않게 집에만 있고 싶은 시간이 많아요. 요즘 내내 걱정이 많은 엄마아빠 곁에서 같이 공감하고 이야기 나누지 못하고, 항상 이역만리 떨어진 외국에서 편지를 쓰는게 고작이네요. 얼마전에 아빠가 큰 오빠 이야기를 하시고 나서, 우리 성운이를 볼때마다 마음이 벅차오르고, 뭔가 첫째를 대하는 부모의 마음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봐요. 나와 함께,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를 처음 만든 첫 아이. 내가 부모되게 해주고, 부모라는 존재에 ..
사랑하는 엄마아빠, 오늘 저녁에도 (한국은 새벽에) 새벽기도 다녀오셔서 전화를 주셔서 감사해요. 바쁜 하루하루가 어쩌면 내 정신을 더 말똥말똥하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일이 없어 늘어질땐 아들에게 더 스트레스를 부리는 것 같기도 해요 .ㅎㅎㅎ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다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편지 드려요.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들, 이야기 했었잖아요. 우리의 삶은 95%가 하나님의 준비, 5%가 우리의 노력이라고 배웠어요. 그러니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건 하나님이 부모를 준비해 주셨으니 95% 안에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아요. 결국 육신의 부모는 해줄 수 있는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은 내가 부모로서 해주는 것 같지만, 그것 마저도 어쩌면 하나님이 내 자식을 키우려..
사랑하는 엄마아빠, 지난 번 생일에 편지를 쓴게 어제만 같은데 벌써 일년이 지나버렸어요.엊그제 선우의 생일이라고 문자를 보내시면서 며칠있으면 네 생일이라고 아빠가 이야기 하셨죠.이젠 손주들 생일까지 기억하고 계시는 엄마아빠를 보면서, 가족들의 한사람 한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엄마아빠의 마음을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바쁘다고 생일이 뭐 별거인가 싶어 지나온 날들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엄마아빠는 제게 전화를 하시고, 축하해 주셨었어요. 엄마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호주에 있던 해 였어요. 아마 2004년 1월 즈음이었던 것 같아요.제 생일은 1월이라 항상 추웠는데, 처음으로 더운 여름에 제 생일을 맞았어요.저는 그날도 여느 때처럼 만물복귀를 하고 있었고, 무거운 모금용 초컬릿을 가방에 메고,땀을 흘리며 ..
사랑하는 아빠, 엄마. 한동안 몸도 맘도 바빠서 연락을 못드렸더니, 아빠가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전화를 하셨네요. 아빠가 전화를 하셨는데, 결국 엄마랑 한시간을 통화하다 이제사 끊고 머리속에 맴도는, 느낌인지, 생각인지 모를 엉켜있는 뭔가를 풀어보려고 이렇게 편지를 써요. 아빠가 베트남을 가신다고 하니, 엄마가 함께 가셨으면 했어요. 여행도 여행이지만, 아빠의 생사의 운명이 걸렸었던 그 현장에 가는 아빠의 발걸음이,엄마의 동행으로 한결 가벼우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을 거예요. 어릴때 언젠가, 제가 교회친구들 앞에서 "우리 아빠도 베트만 참전 용사다"고 자랑처럼 이야기를 하니, 작은 오빠가 나중에 저를 조용히 불러서는 "너 아빠가 베트남에 왜 가신줄 아느냐"고. "어렵고 힘든 살림에 가족들을 위해서 아빠 스..
사랑하는 엄마아빠. 오늘 낮에 통화를 하고 나니, 요 몇 주 얼마나 바쁘게 살았는지, 전화도 못드린 것인 생각이 났어요. 아... 정말 여유롭게 산다고 사는 줄 알았는데,그것도 아닌가봐요. 이번주 부터 사랑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어요. 아.. 이래도 되는 건지 머리속이 혼란스러운데,신랑과 오래 시간 논의하고 고민하고 결정한 거라, 후회하지 않기로 하고좋은 어린이 집을 찾아보고 드디어 보내게 된 것이거든요. 그래도 엄마의 마음이라는데,아직도 어리고 아가인 아들을 생판 모르는 남의 손에 맡긴다는 것이영 맘에 걸리고 찜찜하더라구요.더군다다 지난주 적응훈련에서는 잘만 지내던 아이가 내가 떠나올때 엉엉 서럽게 우는 모습에 저도 집에 와서 엉엉 울어버렸어요. 그렇지만 이내 잘 해 낼거라고 사랑이를 믿는 수밖에..
2014.05.09 사랑하는 엄마아빠, 어제는 어버이 날이었는데, 같이 있지도 못하고, 하루를 바쁘게 살았어요.요즘은 일도 많고, 더군다나 아들과 씨름을 하며 하루를 보내니, 24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 지로 모르겠어요. 오늘은 성운이가 많이 징징대서 어떻게 해야할지 스트레스가 많은 날이었어요.아침에도 산책, 오후에도 산책, 계속 왔다갔다 하고, 징징 대면 먹이고, 업어주고, 놀아주고 달래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나니,저녁쯤 되니 막 소리를 지르기 직전까지 가더라구요. 집안일은 산더미 처럼 쌓여있고, 다른 사람들 처럼 집안이 더러워도 그냥 나 몰라라 며칠, 아니 한나절이라도 놔 두면 안되는 집이니,그때 그때 청소를 하고 치우는것이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더라구요.아들은 놀아달라고 징징 대는데, 쌓여있는 청소거..
사랑하는 엄마아빠께, 오늘은 내 생일 하루 전인데, 엄마한테서 생일 축하 카톡을 받았어요.문득 마음이 뭉클해지면서 목이 메이는 거 있죠. 만 삼십삼년을 살고서 이제야 제대로 생일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 것 같아요. 자식을 낳아야 어른이 된다는 옛 어른들의 말이 틀리지 않았나 봐요. 물론 아직도 철이 덜 든 딸이지만, 자식을 낳고 나니 인생의 다른 장을 살고 있는 기분과, 하나 더 배워 가는 것을 느껴요. 오빠들과 내 생일이 엄마아빠에게 왜 더 특별한 날들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단순히 우리가 엄마아빠의 자식이라서 생일을 축하해 줘야 하는 게 아니라, 우리들의 탄생은 엄마아빠의 인생에 큰 전환점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 사랑이를 낳던 날을 기억해요. 그 작은게 스물일곱시간 동안 내 작은 뱃..
사랑하는 아빠, 오늘은 특별히 아빠에게 편지를 써요.오늘 아침에 교회를 가려는데, 차가 많이 막혔어요. 시간은 늦었는데, 차는 움직이질 않고, 사랑이는 카시트에 앉지 않으려고 얼마나 징징 대는지, 날도 선선한데, 저는 진땀을 내고 있었어요. 더군다나 오늘 오후에는 한국타운에 가서 장도 보고 머리도 잘라야 해서늦게 들어와야 했기 때문에, 아침에 정리를 해두고 나오느라고 정말 정신없고 바쁜 아침을 보냈거든요. 그러는 정신없는 와중에 아빠한테서 카톡이 오는 거예요. "카톡!" 사랑이를 한팔에 안고 한손으로 손님이 카톡을 한 줄알고 봤는데, 아빠가, '지금 도전 골든벨 너네 서대전 여고 나온다!'하셨어요. 제가 '그립네요, 우리학교' 보냈더니, 조금 있다가, 아빠의 메세지가'예쁜 애들만 나왔는데 너보다 안예뻐'..
사랑하는 엄마아빠, 사랑이가 아침잠을 자는 동안에 잠깐 짬이 나서 이렇게 편지 써요.자주 쓰지는 못하고 있지만, 엄마아빠 생각은 사랑이 태어나고 나서 더 많이 하고 있어요. ^^아이러니 하게도 사랑이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엄마아빠 생각이 더 많이 나요. 매일 아침 사랑이가 살짝 부은 얼굴로, 자다일어난 목소리로 나를 보고 싱글싱글 웃고, 옹알이를 하면 정말 깨물어 주고 싶게 이쁘고 귀여워서 안고 물고 빨고 뽀뽀하고 난리를 쳐요.팔이 아파도 안아주면 팔 아픈지 모르겠고, 싱글싱글 웃는 것이 그렇게 이쁠 수가 없어요. 그렇게 안고 뒹구르는데, 신랑이,"우리 아들 이렇게 사랑하며 애지중지 키웠는데, 나중에 커서 자기 마누라밖에 모르면 어떻게해?"묻더라구요. 어머님 생각이 난건지, 아니면 정말 나한테 어떻게 할..
사랑하는 엄마 아빠, 너무 오랫만에 여기에 편지를 드려요. 자주 카톡으로 이야기 나누지만, 내 마음을 털어놓고 편지를 쓰는 건 많이 다르지 싶어요. 엄마아빠에게 쓰는 편지이지만, 때로는 오히려 저에게 힐링이 되는 시간이기도 해요. 얼마전에 큰오빠랑 통화를 하면서,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다시한번 깨달았어요. 엄마아빠께서, 혹은 조상님들이 무엇을 그리 잘 하셨는지 모르겟지만, 제가 그 많은 복을 다 받고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게 나를 사랑하고 나를 걱정해 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한데, 하고 싶은일 하며 살수 있는 인생도 살고 있으니, 그보다 더 행복할 수 없겠죠. 물론 더 잘 살고 나은 사람들을 보며, 더 좋은 환경 사랑이에게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