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딸의 역마살 편지

해줄 수 있는 건 사랑뿐. 본문

살아계신 하나님, 엄마아빠께.

해줄 수 있는 건 사랑뿐.

막내 딸 2015. 2. 17. 11:07

사랑하는 엄마아빠, 


오늘 저녁에도 (한국은 새벽에) 새벽기도 다녀오셔서 전화를 주셔서 감사해요. 

바쁜 하루하루가 어쩌면 내 정신을 더 말똥말똥하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일이 없어 늘어질땐 아들에게 더 스트레스를 부리는 것 같기도 해요 .ㅎㅎㅎ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다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편지 드려요.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들, 이야기 했었잖아요. 


우리의 삶은 95%가 하나님의 준비, 5%가 우리의 노력이라고 배웠어요. 

그러니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건 하나님이 부모를 준비해 주셨으니 95% 안에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아요. 

결국 육신의 부모는 해줄 수 있는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은 내가 부모로서 해주는 것 같지만, 

그것 마저도 어쩌면 하나님이 내 자식을 키우려고 나를 통해 준비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살아온 삶을 되돌아 보면, 

같은 뱃속에서 나와 같은 부모 아래 자라도 다 다른 인생을 살아 가잖아요. 

우린 다 자기 책임이 다르고, 자기 '팔자'가 다른 거겠죠. 

부모가 물질적으로 부유하다 해서 모든 아이들이 다 옳은 길로, 편한 길로, 좋은 길로만 성장하는 건 아니더라구요. 

부모가 물질적으로 가난하다 해서 모든 아이들이 다 잘못된 길로, 힘든 길로, 나쁜 길로만 성장하는 것도 아니구요. 

왜냐하면 우리는 다 하나님이 준비해주신 95% 의 팔자가 다르고, 

내가 노력해 만들어 가는 5%가 다르니,

결국 우리는 다 100% 다른 사람들이라서 그런것 같아요. 


그렇지만 한가지,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게 있다고 한다면, 부모만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한다면,

제가 생각엔, 

하나님이 물려주신 사랑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주고 주고 또 주고도, 또 주고 싶은 참사랑의 마음을 실천하는 것 말예요. 


자식을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것 만큼 좋은 교육이 없고, 

사랑해 주는 것 만큼 큰 힘이 되는 것이 없고, 

사랑한다 말해주는 것 만큼 큰 용기 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내가 이렇게 자신감 있게 어디서나 당당할 수 있는 건, 

엄마아빠가 나를 사랑으로 키워서, 나는 누군가의 사랑의 결실체라는 확신이 강해서 이렇게도 혼자서 잘 서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 나를 사랑해주고 믿어준다는 것은 항상 큰 버팀목이 되거든요. 


한순간의 돈이나 물질적 여유는 나의 삶을 '도와' 줄 수 있지만, 

나의 깊은 곳에 심어져 있는 근본적인 철학과 사상, 마음가짐, 본성, 인성을 키워주는 힘이 되기에는 

크게 역부족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외적인 환경을 좀더 나아지게 해 줄 수 있지만, 

내가 바른 인성,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 좋은 환경을 잘 활용해 갈 수 있을 까요? 



엄마아빠,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유산을 이미 물려받았다고 생각해요.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미안해 마세요. 


김국환의 노래처럼, 알몸으로 태어나서 이렇게 살아온 걸 생각하면, 

엄마아빠의 물질적 투자는 정신적 투자 만큼이나 컸다는 것을 알아요. 

그 많은 음식과 옷들과 교육비며 말로 다 하지 못한 것들은 물질적 도움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물론 저도 부모가 되고 보니, 주고 또 주어도 매번 더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예요. 

그렇지만 엄마아빠는 저에 대한 셀 수 없는 물질적 투자 뿐 아니라 

이 세상 아무도 줄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사랑의 가치를 제게 알게 해주셨잖아요. 


미안하다면 그 사랑에 다 보답하지 못하는 제가 미안해야죠. 


항상 감사해요.

많이 사랑하구요. ^^ 


런던에서 잠 못 이루는 밤에,

막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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