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딸의 역마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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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살 인생에서 배우다.

[시드니_2005] 아빠의 편지.

막내 딸 2012. 11. 25. 23:12

사랑하는 아빠. 

오늘 아침에 아빠하고 통화를 하고 나니 아빠가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네요. 

엄마랑 나랑은 성격이 비슷해서 그런지 여느 모녀 같지 않게 둘다 너무 터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함께 쇼핑을 하거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팔자는 아닌 가봐요. ㅎㅎㅎ 


아빠가 조곤조곤 하시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이 

가끔은 엄마와 통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아빠 생각을 하다가 얼마전에 

여기서 예술을 전공하는 친구가 '아버지'를 주제로 작품을 한다기에, 

아빠가 예전에 내가 호주에 있을 때 써서 보내준 편지가 생각나서 친구에게 참고하라고 보여준 적이 있었어요.

그 편지를 받고 내가 엄마아빠가 보고 싶어 엉엉 울었던 생각도 나고, 

아빠의 말씀이 가슴에 아로새겨져서 더 힘내서 살았던 기억도 나구요. 


편지를 찾다 보니, 예전에 아빠랑 참 많이 편지를 주고 받았는데, 

그 편지 하나만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 편지, 편지함 속에 고이 안 담아 두고, 

여기에 올려서 두고두고 보려구요. 


아빠도 보시면 생소하실 지도 몰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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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18일


네메일받고 이제사글을 보내는 구나.

더운나라에서 모기와 싸우느라 고생한다면서?

네가벌써 강의를한다니 대견하기도하고 한편 염려도되는구나 

특히 성이개방된나라에서는 타락론강의 하기가 어렵다는데 네가 잘알아서 하겠지만.

벌써 네가받은것을 돌려줄때가 되었나보구나. 


배운것을열심히 전하다보면 실력도 향상되는것이다.

너도들어서 알겠지만 팔레스타인에가면 두바다가 있는데

한쪽바다는 사해이고 또한쪽바다는 갈릴리바다인데 똑같이요단강물이 흘러들어가는 바다인데 

사해는 생명체가 살수없는 죽은 바다이고

갈릴리바다는 고기도많고 살아숨쉬는 바다인데 왜그런지 잘알겠지.

사해는 강물이 들어만가지나가는곳이 없어서 죽은바다이고,

갈릴리바다는 들어가면나가는곳이있기때문에 살아있는바다란다.

이것은 원리란다 받은것은꼭돌려줘야 한다는것을 이자를붙혀서돌려주면 더욱좋고  

너희들은 참부모님께 받은게많다고 생각하고 몇배로 세상앞에 돌려줄려고 노력하기바란다.


아빠엄마는 받은많큼 돌려주지를 못해서 발전을 못하고 이렇게 사는가보구나.

우리 민주는 용기 잃지않고 열심히 활동하고 공부도 열심이 하기 바란다.

여기 엄마아빠는 바쁘고 우리모두는 건강하게 잘지내니까 걱정하지말고 네건강 조심하기 바란다.

엄마는요즘 50배경배정드린다.

메일쓰기시작 1시간가까이 돼서 이만줄인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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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의 겸손한 신앙인의 마음, 

내것을 챙기라고 하기 보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나의 인생도 살아가야 한다는 그 정신이

고스란이 전해지는 편지였어요. 

나를 믿어주는 마음으로 나의 자립심을 한껏 키워주시고, 

무슨 일에 간섭이나 관여보다는 용기를 붇돋아 주는 편지였기도 했구요. 

자기만 알고 자기 것을 챙기느라 바쁜 죽은 사해가 되지 말고, 

항상 가진것을 나누고, 배운 것도 나누는 살아있는 갈릴리 바다가 되라는 말씀은 

지금도 항상 제 마음속에서 또렷히 남아 있고, 영원히 그럴 것 같아요. 

평생 '맞느니 때리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적 없는 엄마아빠의 이 교육방식을 

요즘의 똑 부러진다는 이기적인 부모들이 이해할 길이 있을까요. 

나도 우리 사랑이에게 아빠와 같은 교훈을 줄 수 있는 용기있는 부모가 될 수 있을 까요... 


실천으로 교육하는 부모만큼 

더 훌륭한 부모가 없다는 생각, 아빠 엄마를 보면서 절실히 깨달아요. 

혹, 우리의 인생이 지금은 30대 중반즈음에서 흔들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계시더라도,

너무 걱정하시거나 자책하지는 마세요. 

엄마 아빠는 우리를 너무나 훌륭하게 키우셨고, 그 결과는 우리 모두 '살아봐야' 알지 않을까요. ..


오늘도 런던에는 비바람이 친다는 이야기에 엄마는 나보다 더 춥다는 한국에 계시면서 내 걱정만 하고 계시니,

어째 부모 마음에는 자기 보다 자식 걱정이 앞서니, 참 신기하고 오묘한 일이에요. 


해가 잠깐 났어요.

저는 여기 날씨에 적응이 되었는지, 감기도 잘 안걸려요. 

제 걱정은 너무 마세요 .^^ 


오늘도 보고 싶어요.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