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딸의 역마살 편지

[에루살렘_2004] 그 곳에 가려거든 히잡을 써라. 본문

역마살 인생에서 배우다.

[에루살렘_2004] 그 곳에 가려거든 히잡을 써라.

막내 딸 2012. 11. 27. 18:18

사랑하는 엄마 아빠, 


오늘도 이스라엘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어제 그렇게 글을 쓰고 나니, 새록 새록 그때의 이야기 들이 생각나고 있어요. 

지금도 벌써 8년이나 지난 시간이지만, 앞으로 8년이 더 지나면 이런 기억도 잊혀 질까 벌써 부터 걱정이 되네요 .ㅎㅎ 


그 때 썼던 일기가 논산집 어딘가에 있을 텐데, 

지금은 가볼 수가 없으니 안타까워요. 

나중에 집에 가면 써 놓은 글들을 조금씩 수정해 볼까봐요 .^^ 


지난번 글에서도 이야기 했어지만, 

우리는 초종교 단체로 이스라엘에 성지순례와 평화 컨퍼런스를 하러 간 것이었기 때문에

3대 종교의 성지를 모두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하루는 '황금의 돔'이라고 불리는 이슬람 성지에 갔었는데,

무슬림들에게는 거의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메카에 버금가는 곳이라고 하더라구요. 

그 곳은 참 흥미로운 역사가 있는 곳인데요, 

무슬림들에게는 아브라함이 승천한 곳이라고 모셔지고, 

유대인에게는 처음부터 유대사원이 있던 곳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2000년전에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날 하늘이 어두워지고 이 유대사원이 무너졌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지금은 그 사원의 벽만 유대인들에게 남아 '통곡의 벽'으로 유대인의 성지예요. 

그 위에는 무슬림이 지배하면서 자신들의 사원을 지은것이 지금의 황금의 돔 사원이예요. 

그래서 건물의 위쪽은 무슬림이, 

아래쪽 벽에서는 유대인들이 기도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장소가 되었어요. 


* 유대인들이 기도하는 통곡의 벽 앞에서. 


그곳에 가면, 

장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많이 다니고, 경찰들도 많이 보여요.

아무래도 많은 종교인들이 모이는 장소이다 보니까 충돌을 예상할 수 밖에 없나봐요. 



무슬림 사원쪽으로 올라가는 입구에서는 

안전요원들이 신분을 검사하고, 

여자들은 히잡(머리에 두르는 스카프)을 썼는지를 확인했어요. 

나는 미리 시장에서 사 두었던 주황색 스카프를 두르고 햇살이 강해 선글라스를 끼고 갔어요.

마치 바람난 남편을 잡으러 다니는 역할을 할때 배우들이 하는 분장 같이 

우스운 모습이었는데, ㅋㅋ 어째요, 여기서는 히잡을 안 쓰면 외국인이라고 해도 입장이 허가가 안되요. 


안에 기도실로 들어가니, 의자나 가구같은 것들은 볼 수 없고, 화려한 카페트만 크게 깔려있더라구요.

모두가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절을 하고 기도를 하나봐요. 

입구부터 들이 닥친 발냄새란..... 


들어가서는 황금의 돔을 책임지고 있는 이맘(무슬림의 목사격되는 분이세요.)의 평화 메세지를 잠깐 듣고,

아래 층으로 가서 아브라함이 승천했다는, 혹은 이삭을 하나님께 제물로 바치려고 했다는 그 돌을 볼 수 있었어요. 

그 주위를 둘러싸고 많은 무슬림들이 경배를 하고 기도를 하거나, 경전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저도 잠시 눈을 감고 기도를 하고 왔어요. 물론 우리 방식대로요. ㅎㅎㅎ 


종교는 하나의 신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지역과 문화에 맞게 발전해 나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다른 형식들을 '다르다'고 해서 '틀리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들의 문화속에서는 신을 모시고 따르는 방법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성경에 감람나무(올리브나무)가 비유로 많이 쓰이는 것은, 

실제로 감람나무가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미신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메시아로 내려온 예수님이라는 분이 살았던 이스라엘은 올리브나무가 마치 한국의 은행나무 처럼 흔한 나무였기 때문일테죠. 


* 예수님이 기도하셨다는 올리브나무(감람나무) 앞에서. 참부모님이 지정하신 성지 나무. 


그래서 더욱 더 우리가 마음을 열고 신앙을 하는 사람들과 대립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어요. 


* 이슬람 사원 안, 황금의 돔 앞에서. 머리에 히잡대신 스카프를 두른 나.


나오는 길에 한국 기독교 성지순례자 분들을 만났어요.

한 분이 황금의 돔에서 나오는 저를 보고 

"저기 어떻게 들어가셨어요?" 그러시길래, 

"그냥 입구로 줄 서서 들어갔는데요." 그랬어요. 

근데 그 분 말씀에, 

"거기 원래 못들어 가는데..." 

그러시더라구요.

아.. 몰랐어요. 

우리는 초종교 단체가 입장이 허락되었었던가 보더라구요. 

그곳 이맘이 평화대사로 활동하신지 꽤 되신 분이었더라구요. 

같이 가신 카톨릭 신부님도 들어가시는데, 왜 일반인들이 못들어가나.. .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더라구요. 

여튼, 저는 덕분에 좋은 경험, 깨달음 얻고 와서 좋은 시간이었어요. 

한편으로는, 이렇게 아직도 서로 배타적인 종교인들의 모습에 안타까움도 있었구요. 


비슷한 조금 충격이었던 경험도 있었는데요, 

예루살렘에 머무는 동안, 호텔 근처에 슈퍼에 친구들하고 같이 간 적이 있었어요. 

입구에 장총으로 무장한 군인 같은(그냥 경비였던 것 같은데..) 사람이 서서 가방검사를 하더라구요. 

그리고는 우리한테 히잡을 안 썼으니까 들어갈 수 없다고 하는 거예요.

이건 머... 이슬람 사원도 아니고, 왜 그런가 했는데, 

이곳은 이슬람 슈퍼였어요. 


조금 더 가서 유대인 슈퍼에는 우리 같은 외국인도 히잡같은 것이 없이 들어갈 수 있더라구요. 

요즘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느낀 그 살벌함이란... 


우리는 정치적으로 혹은 족교적으로 문제가 있다함은,

대부분 지도자나 명분때문에 그러는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여기서는 이렇게 사람들의 매일매일의 삶속에도 녹아져 있다는 생각을 하니 

얼마나 서로들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자신들을 알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물론 이 사람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살고 있는 지도 몰라서

이러한 조치들이 필요했는 지도 모르겠지만요. 


*평화의 나무를 심었어요. 


동양, 혹은 서양에서만의 경험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내가 얼마나 아집의 우둔함 속에 살아 왔는지를 가르쳐 주는 이스라엘 여행이었어요. 


계속 생각나면 또 글 올릴께요 .^^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랑해요~


런던에서 딸. 


* 예수님이 말씀을 많이 설파하신 나사렛 민속촌에서 히토미와 나. 


* 나사렛 교회에서 히토미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