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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딸의 역마살 편지
사랑하는 아빠, 엄마. 얼마전에 중세 신성로마제국의 수도였다던 체코라는 나라의 프라하로 여행을 다녀왔어요.유럽에 사니 이렇게 다른 나라와 문화를 접하고 공부하기가 이렇게 쉬운 일이 되었어요.그러고 보면 유럽사람들은 지리적인 복을 받은 건데, 그걸 알고 감사하며 살고 있을까 모르겠네요. 역사를 좋아하는 아빠가 같이 왔더라면 정말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아빠는 다큐멘터리로만 보셨다는데, 세계를 떠돌면서 눈으로 직접보는 딸보다 더 많이 아시고, 대화를 나눌 때면 내가 작아지는 걸 느껴요. 살아온 세월을 우리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느껴요. 보고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그것을 보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하게 되어요. 그런 대화도 ..
사랑하는 아빠, 엄마께, 오늘 문득 영국에 처음 오던 날 생각이 나요.이제는 신랑이랑 같이 외국을 나가니, 걱정없다 하던 엄마말씀도 생각나고, 비행기타고 내려와서 아는 사람 하나없는 이 외국땅에 또 무얼 하겠다고 나는 이 모험을 시작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던 생각도 나고... 오늘은 밖에 비가 엄청나게 오고 있어서 그런지, 마음도 센치해지고, 2년전 9월 비오던 날들이 생각나요. 영국에 꿈에 그리던 학교에 합격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 학교가 별거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갈까 말까 고민도 하고 했는데, 신랑의 독려가 없었더라면 아마 오지 않았을 것 같아요. 또 다시 시작하는 나의 이 역마살 인생을 어떻게 나는 감당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그렇지만, 역시나 설레는 마음도 있고, 뭔가 새로운 것을 ..
사랑하는 엄마 아빠께, 올해도 크리스마스라고 세상은 떠들석 해요. 예수님이 태어나신날을 종교를 막론하고, 국가를 막론하고 전세계가 이렇게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해요. 오늘도 우리는 우리집 손님들하고 같이 저녁식사나 하려고 해요. 언제부턴가 나는 매년 새로운 사람들과 마치 가족처럼 이렇게 즐거운 날을 보내곤 하는 것 같아요.우리 식구들하고 크리스마스를 보내본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말이예요. 처음 외국으로 떠돌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이미 익숙했는지, 아니면 생존본능으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참 잘도 그렇게 지내는 것 같아요. 여기저기 새로운 가족들을 만들며 살아가는 인생인가봐요. 분명 엄마아빠가 내게 물려주신 이 적응력 때문이겠지요. ^^ 어디가나 사..
사랑하는 엄마 아빠, 오늘도 이스라엘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어제 그렇게 글을 쓰고 나니, 새록 새록 그때의 이야기 들이 생각나고 있어요. 지금도 벌써 8년이나 지난 시간이지만, 앞으로 8년이 더 지나면 이런 기억도 잊혀 질까 벌써 부터 걱정이 되네요 .ㅎㅎ 그 때 썼던 일기가 논산집 어딘가에 있을 텐데, 지금은 가볼 수가 없으니 안타까워요. 나중에 집에 가면 써 놓은 글들을 조금씩 수정해 볼까봐요 .^^ 지난번 글에서도 이야기 했어지만, 우리는 초종교 단체로 이스라엘에 성지순례와 평화 컨퍼런스를 하러 간 것이었기 때문에3대 종교의 성지를 모두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하루는 '황금의 돔'이라고 불리는 이슬람 성지에 갔었는데,무슬림들에게는 거의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메카에 버금가는 곳이라고 하더라..
사랑하는 아빠, 엄마!! 오늘도 잘 주무셨어요? 여긴 아침에 비가 오더니 잠깐 해가 났어요.이번주에는 영하로 떨어진다고 해요.눈이라도 오면 좋겠구만... 요즘 뉴스를 틀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야기가 끊이지 않아요.2004년 제가 이스라엘을 방문 했을 때만 해도 테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했었던 생각이 나요. 8년이 지난 지금도, 아니 수십 수백년간 지내온 분쟁의 역사가 이어진다는 것이 안타까워요. 그 때 평화 대행진 행사로 이스라엘에 갔었어요.저는 그 때 호주에서 소속되어서 일하고 있을 때라, 오세아니아 사람들하고 함께 갔었어요. 2주 동안 머무는 일정이었는데, 초종교 초국가 취지로 진행된 행사라, 매일 매일 낮에는 세계 삼대 종교 (이슬람, 기독교, 유대교) 성지순례가 프로그램으로 있었고..
사랑하는 아빠. 오늘 아침에 아빠하고 통화를 하고 나니 아빠가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네요. 엄마랑 나랑은 성격이 비슷해서 그런지 여느 모녀 같지 않게 둘다 너무 터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함께 쇼핑을 하거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팔자는 아닌 가봐요. ㅎㅎㅎ 아빠가 조곤조곤 하시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이 가끔은 엄마와 통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아빠 생각을 하다가 얼마전에 여기서 예술을 전공하는 친구가 '아버지'를 주제로 작품을 한다기에, 아빠가 예전에 내가 호주에 있을 때 써서 보내준 편지가 생각나서 친구에게 참고하라고 보여준 적이 있었어요.그 편지를 받고 내가 엄마아빠가 보고 싶어 엉엉 울었던 생각도 나고, 아빠의 말씀이 가슴에 아로새겨져서 더 힘내서 살았던 기억도 나구요. 편..
엄마, 아빠!! 카사바라는 뿌리음식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세요?얼마전에 여기 테스코(우리나라 이마트 같은)라는 대형 마트에 갔더니 카사바 가 있는 거예요. 카사바는 예전에 제가 통가라는 나라에 있을 때 먹었던 음식인데요, 생긴거는 고고마 같이 생겨서, 맛은 감자같은 맛이 나는 뿌리 음식이예요. 통가에 한 한달반 정도 머물 계획이어서 우리는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집을 얻었어요. 사실 통가는 그렇게 큰 섬이 아니라서, 차로 30분이면 섬을 다 둘러볼 수 있다고 할 정도니까요. 더군다나 그 당시에, 자동차 최대 속도가 시속 40키로밖에 안되었으니가 대충 감이 오시죠. ^^ 집을 얻고 나니까 집주인 아주머니가 우리 팀 아이들 먹으라고 카사바하고 단호박(통가는 단호박 생산지로 유명해요.)을 한자루씩 가져다 주셨..
사랑하는 아빠 엄마께, 오늘은 신랑과 함께 플라멩코 공연을 보고 왔어요. 매년 요맘때 쯤이면 유명한 플라멩코 연출자 (파코 뻬냐, Paco Pena)가 영국에서 플라멩코 공연을 하는데,2009년 스페인에서의 추억때문인지, 처음 찾았던 2010년 카르멘이라는 주제의 플라멩코 공연을 보고 반해버렸어요. 그 후로는 매년 이렇게 공연을 가고 있는데, 올해는 아프리카 춤과의 적절한 조화로 연출해낸 춤 공연이었는데, 정말 멋지더라구요. [2013 런던, Sadlers Well 이라는 공연장, 플라멩코를 보고] 근데 사실 오늘은 플라멩코 공연보다 아프리카 춤과 음악을 들으면서 섬나라 있던 시절이 생각나서 그 이야기를 드리려고 집에 들어오자 마자 컴퓨터를 켰어요. 노래와 춤을 곧잘하던 섬나라 사람들. 물론 아프리카와는..
사랑하는 엄마, 아빠께. 한참 태평양의 섬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선교를 하고 있던 시절, 어느날 한국 집에 갔더니, 집 복도에 세계지도가 떡 붙어 있었어요. 엄마한테, "엄마 어디 가고 싶으신데 있어요?" 그랬더니, 엄마 말씀이.. "우리딸 요즘은 어디 가있나 확인 할려구 샀다." 그러고 보니 빨간 점들이 여기저기 찍혀있는데, 내가 머물렀던 나라들이더라구요. 나도 내가 그렇게 돌아다니며 살고 있는지 몰랐는데, 그렇게 보니 참 많이도 다녔어요. 엄마 전화할때 마다, "어디냐?" 그러면,"학교요", "집이요".. 하는게 아니라, "이스라엘이요", "통가요", '호주요"... 하는 딸이 되어 놓으니..무슨 스튜어디스도 아니고, 엄마는 도통 나라이름들도 잘 모르겠다면서 지도를 사셨다고 하셨어요. 나도 잘 모르는 나..
사랑하는 아빠, 엄마께, 지난 8월 21일 처음 임신 테스트를 하고 엄마, 아빠께 전화를 해서 임신을 한 것 같다고 말씀 드렸을 때, 엄마가 "참 감사하다." 그러시길래, 우리 엄마는 신앙하시는 사람이라 그런 말씀을 잘 하신다고 생각했어요. 참아버님 병석에 계신다고 하는 때라, 금식을 하고 있었는데,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나는 걱정하고 있는데,엄마가 더 잘 되었다고 하셨었잖아요. 보통 엄마는 아니시지요. ^^ 초음파 사진을 엄마한테 보내고 나니, 엄마는 또 "참 감사하다" 하셨어요. 시어머니한테도 초음파 사진을 보내면서 "저도 아가도 다 건강하대요." 했더니 어머님도 엄마처럼 "참 감사하구나." 하셨어요. 두 어머니들의 입에서는 "다행이구나"라는 말보다 "감사하다"는 말이 나왔을까.. 그날 그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