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딸의 역마살 편지
사랑하는 엄마아빠, 지난 번 생일에 편지를 쓴게 어제만 같은데 벌써 일년이 지나버렸어요.엊그제 선우의 생일이라고 문자를 보내시면서 며칠있으면 네 생일이라고 아빠가 이야기 하셨죠.이젠 손주들 생일까지 기억하고 계시는 엄마아빠를 보면서, 가족들의 한사람 한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엄마아빠의 마음을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바쁘다고 생일이 뭐 별거인가 싶어 지나온 날들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엄마아빠는 제게 전화를 하시고, 축하해 주셨었어요. 엄마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호주에 있던 해 였어요. 아마 2004년 1월 즈음이었던 것 같아요.제 생일은 1월이라 항상 추웠는데, 처음으로 더운 여름에 제 생일을 맞았어요.저는 그날도 여느 때처럼 만물복귀를 하고 있었고, 무거운 모금용 초컬릿을 가방에 메고,땀을 흘리며 ..
사랑하는 아빠, 엄마. 한동안 몸도 맘도 바빠서 연락을 못드렸더니, 아빠가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전화를 하셨네요. 아빠가 전화를 하셨는데, 결국 엄마랑 한시간을 통화하다 이제사 끊고 머리속에 맴도는, 느낌인지, 생각인지 모를 엉켜있는 뭔가를 풀어보려고 이렇게 편지를 써요. 아빠가 베트남을 가신다고 하니, 엄마가 함께 가셨으면 했어요. 여행도 여행이지만, 아빠의 생사의 운명이 걸렸었던 그 현장에 가는 아빠의 발걸음이,엄마의 동행으로 한결 가벼우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을 거예요. 어릴때 언젠가, 제가 교회친구들 앞에서 "우리 아빠도 베트만 참전 용사다"고 자랑처럼 이야기를 하니, 작은 오빠가 나중에 저를 조용히 불러서는 "너 아빠가 베트남에 왜 가신줄 아느냐"고. "어렵고 힘든 살림에 가족들을 위해서 아빠 스..
사랑하는 엄마아빠. 오늘 낮에 통화를 하고 나니, 요 몇 주 얼마나 바쁘게 살았는지, 전화도 못드린 것인 생각이 났어요. 아... 정말 여유롭게 산다고 사는 줄 알았는데,그것도 아닌가봐요. 이번주 부터 사랑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어요. 아.. 이래도 되는 건지 머리속이 혼란스러운데,신랑과 오래 시간 논의하고 고민하고 결정한 거라, 후회하지 않기로 하고좋은 어린이 집을 찾아보고 드디어 보내게 된 것이거든요. 그래도 엄마의 마음이라는데,아직도 어리고 아가인 아들을 생판 모르는 남의 손에 맡긴다는 것이영 맘에 걸리고 찜찜하더라구요.더군다다 지난주 적응훈련에서는 잘만 지내던 아이가 내가 떠나올때 엉엉 서럽게 우는 모습에 저도 집에 와서 엉엉 울어버렸어요. 그렇지만 이내 잘 해 낼거라고 사랑이를 믿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