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딸의 역마살 편지
[시드니_2006] 인복은 가장 좋은 복. 본문
사랑하는 아빠, 엄마,
어제 시드니에서 학교 다니던 이야기를 하면서 사진을 보니,
그때 함께 했던 친구들을 엄마 아빠께 소개해 드린 것이 없는 것 같아요.
내 친구라면 항상 반기시던 엄마아빠인데,
외국을 돌면서 내가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는지 궁금해 하셨을 텐데,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들 곁에서 행복하게 지냈는지 몰라요.
[어느 크리스마스 날]
항상 엄마아빠에게 감사하지만,
저는 정말로 인복이 많은 사람 같아요.
즐겁고 기쁠때는 물론이고,
어렵고 힘들때는 더더욱 좋은 사람들이 나를 보호해주고 지켜주었어요.
엄마아빠가 곁에 없을 때에도 외롭지 않고 꿋꿋하고 즐겁게 살 수 있었던 건 모두다
아빠엄마가 내게 준 인복 때문인 것 같아요 .
사실 시드니에서 공부할때가 지금 돌이켜 보면,
꿈을 이루어 나가니 행복한 시기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참 어려운 시간이었어요.
영어나 공부때문에, 자신감도 상실되고,
잘난 사람들하고 비교하면서 내가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져만 가는 것 같고,
축복이 어렵기도 했고, 잘 하는 것은 없는 것만 같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못해 학교 다니면서 새벽에 빵집 알바를 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그럴 때 항상 나를 부추겨 주고 든든하게 지지해 주는
친구, 동생들, 선배들이 있었어요 .
[우리 집에 함께 살던 친구들; 왼쪽부터 쯔꾸미, 지현이, 가연이, 나 ,지선이]
엄마도 생각나시죠?
그때 지현이가 함께 살았던거.
지현이는 동생인데도 항상 저보다 언니처럼 저를 챙기곤 했었어요.
이모가 지현이 돌봐줘서 고맙다고 전화하실때마다
난 왠지 미안하드라구요. 내가 오히려 돌봄받고 있었는데 말이죠. ^^
[지현이랑 집에서]
대학원 생활 시작하면서 학교 근처에 집을 얻었어요.
지현이가 와서 함께 생활할거라서 지현이가 와서 같이 집을 보려 다녔던 생각이 나요.
방 두개에 큰 거실이 있는 집이었는데,
우리집은 그 이후에도 항상 사람들로 북적 거렸어요.
모임도 우리집에서 자주하고,
교회 동생들도 우리집으로 자주 놀러오곤 했었어요.
한국사람들이 많으니, 한국 친구들이 우리집에 오는 걸 좋아하기도 했었구요.
[카프 모임]
우리집에 모이면 자주 음식을 해먹고 놀았는데,
좋은 가구가 있지도 않고, 좋은 음식이나 멋진 장식품이 없는 집이었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 북적북적 하면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다 날아가고 없어지는 듯 했었어요.
[정아와 지혜, 희정언니+준영오빠 커플]
함께 호주생활을 하면서 나에게 많은 의지가 되어 주었던 선배 중에,
희정언니와 준영오빠라는 커플이 있어요.
나한테 김치를 잘 가져다 주어서 내가 김치커플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는데,
항상 재미난 오빠 덕분에, 이 커플은 내가 이상하는 부부의 모습이기도 했어요.
나중에 결혼하면 저렇게 알콩달콩 이쁘고 재미나게 살아야지 생각 했었거든요.
지금도 언니오빠는 호주에 살아요. 아들하나 딸하나 있는데,
둘째 딸은 아직 언니 뱃속에 있어서, 우리 사랑이랑 친구가 될 것 같아요 .^^
이 좁은 부엌에서 우리는 요리하고 먹고 하는 걸 즐겼어요.
사람들이 오기만 하면, 뭐 그렇게도 분주한지.
그래도 그 분주한 것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사람들 불러 잔치하는 거 좋아하는 성격은 엄마 닮은 것 같아요 .^^
나의 베스트 히토미는 그때 선교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저는 학교 다니느라 바쁠때 히토미는 여전히 섬나라 선교를 다니고 있어서,
항상 마음으로 고맙고 미안하고 했었어요 .
함께 했었어야 했는데, 나만 시드니에서 편하게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때문에요.
가운데 있는 친구는 쯔꾸미라는 일본동생인데, 한국말을 배우려고 많이 노력해서 인지,
한국 사람이 많은 우리집에서 잘 적응하고 살았던 친구예요.
이 때 함께 살았던 친구들이 종종 바뀌곤 했는데,
위에 사진에 가장 왼쪽에 있는 친구는 아야까라는 일본 동생이예요.
잠깐 살았었는데, 째즈 가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집에 이사를 오면서 전자피아노를 들여왔어요.
덕분에 나도 피아노 치고 노래도 듣고, 부르고 놀면서
집안 분위기가 한참 좋았었지요.
가끔은 이렇게 빵도 굽고 요리도 해 먹었어요.
잘 하지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먹을 수는 있었으니까. ..ㅎㅎㅎ
엄마 아빠의 그늘 없이 혼자 살아가는 건 결혼하기전에 꼭 해봐야 할 일 같아요.
뭔가 하고 싶고 먹고 싶은게 생기면 혼자서 해결을 해야 하니까, 자립심도 생기고,
실패를 해도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힘도 오기도 생기구요.
잠깐 남규네 어머니가 호주에 오신적이 있었어요.
왼쪽아래 노란 셔츠가 남규고, 오른쪽에 보라색 셔츠가 남규 어머니세요.
엄마도 아시죠? ^^
오셔서 요리도 많이 해주시고,
내가 힘들어 할까봐 이것저것 얼마나 챙겨주셨는지, 엄마가 온 것 처럼 기쁘고 마음이 뭉클했었어요.
내가 그런 보살핌이 필요할 때는 또 엄마같은 사람들이 와서 나를 그렇게 품어주셨던 것 같애요.
나 복 많은 사람 맞죠, 엄마? ^^
[아야까랑 남규 어머니랑]
집에서 사는 친구들이랑은 생일이다 뭐다 잘 챙겨 먹었었어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나같이 이런거 잘 못챙기는 사람도 있지만,
항상 생일마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풍선도 달고 선물도 건네주고 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얼마나 고마운지...
이 날은 우리가 모두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교를 가고 하는 일정때문에
저녁에 모일수 없으니, 아침식사를 이렇게 화려하게 꾸며주었어요.
아마 지현이 생일이었던 것 같아요. ^^
다들 자다 일어난 모습으로 찍었던 사진. ^^
[지선이랑 김치]
아빠, 엄마,
우리 대전에서 교회 다닐 때 한살어린 지선이라고 기억나시는지 모르겠어요.
키는 작은데 이쁘게 생겨서 성격 똑부러지는 친구지요.
이 친구도 내가 호주에 있을때 와서 일년을 넘게 함께 있었어요.
요리솜씨가 대단해서,
생각지도 못했던 김치도 담가 봤었어요.
그때 엄마한테 전화해서 물어봤는데,
처음에는 배추 절이는 것을 너무 오래해서 짠 김치가 되고,
나중에는 너무 짧게 해서 물이 많이 생겼었어요 .ㅎㅎ
그래도 다들 맛있다고 먹었던 기억나요.
그 이후에는 김치를 안 담가본것 같아요.
역시 힘든 일이예요.
내가 살던 집 앞이예요.
지현이, 나, 희정언니, 지선이 이렇게 같이 사진 찍고 뭔가를 기념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은 안나요 .ㅎㅎ
집의 페인트 색깔이 어두운 분홍이라고 해야 하나, 보라색이라고 해야하나..
여튼 독특한 색깔이 맘에 들어서 이사진을 좋아해요.
나의 호주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인성오빠 가족이예요. 호주에 도착한 첫날 부터 마지막까지 언니와 오빠, 그리고 아이들 둘은
항상 가정이 그리운 나에게 고마운 버팀목이 되어 주었었거든요.
제가 안고 있는 요 둘째가 이제는 많이 크고, 동생도 둘이나 더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 사진을 볼 때 마다, 나도 가정을 이루어 안정적인 생활을 할 때는 꼭 누군가에게 기대어 줄 수 있는 가정을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했어요.
언니네 아이들은 너무 이뻤어요. ^^
지금은 제각기 자기의 길을 가고 있지만,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종종 연락하고 지내요.
이렇게 좋은 사람들하고 항상 함께 할 수 있는 내 인생에 항상 감사해요.
지금도 그 인복은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요.
다 엄마아빠와 조상님들 덕이라고 생각해요. ^^
우리 사랑이 한테도 그런 좋은 사람 복들이 가득하기를 기도하며 지내요.
그리운 친구들 얼굴 보니,
그리운 엄마아빠 생각도 간절하네요.
이렇게 호주에 있을때 엄마아빠 한번 모시지 못한게 너무 죄송하고, 아쉬워요.
이번에 영국에 오시면,
회포 다 풀어요~~!! ^^
사랑해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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