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딸의 역마살 편지
[도쿄_2011.09] 가방과 함께 사라지다. 본문
예전에 써 놓은 일본 여행 기록인데, 여기로 옮겨서 담았어요.
2011년에 한국들어갔을 때 일본 들려서 갔었거든요.
그때 기록. ^^
사진 첨부를 다시해야 하는데, 정리하면 다시 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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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여행.
말이 안통한 다는 것은 어느정도 짐작한 터였지만,
여행하는데 별 말이 필요있겠냐며 편안한 여행을 생각했던
건 나의 오산이었다.
여행이라는 것이 에피소드가 있어야 재밌다고 하지만,
그건 '쉼'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좌충우돌' 여행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나 그렇겠지.
오랫만에 한국으로 가는 길에 몸도 맘도 쉬게 하고,
비행기도 일본 항공으로 가니 일본 경유가 14일까지는 무료라고 하니,
며칠 일본에 있기로 결정한 여행이었는데, 처음부터 좌충우돌을 만들어 버렸다.
무엇이 실수였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
워리와 함께 비행기에서 안에서 일본에 대한 정보를
열심히 읽었다.
가까운 나라라고는 하지만, 나는 도쿄는 가본적이 없어 그런지 불안하기만 했다.
교통정보도 모르고,
더군다나 일본어는 거의 문맹에 가까우니...
그런데 이 냥반은 한번 가본적이 있다고 거의 감으로
모든게 해결될거라 믿고 있으니..
도착하자마자 신주쿠로 가는 공항 기차가 있다기에
타러 갔더니, 3분 남았다고 빨리 가라는 것.
뭐가 뭔지도 모르고 얼른 뛰어서 기차를 탔는데,
우리가 탄 차는
5호차.
분명 기차표에는
2 어쩌구 저쩌구 10 어쩌구.. 써져 있길래
아, 2호차 10번 자리 인가 보구나 얼추 때려 맞추고 그 많은 짐을 들고 2호차로
갔는데,
.. 왠 아저씨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어찌어찌 물어보니 그 자리가 아니라는 데...
알려주는 것이 9호차로
가라고 그러더라..
그 짐들을 다 들고 5호차 부터 2호차까지 왔는데, 다시 9호차로 가라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우리는 짐은 2호차에 묶어놓구 (말그대로 짐보관 하는 곳에 잠금장치가 있었다.)
몸만 9호차로
갔다. 마침내 자리를 찾아서 앉으니 잠이 쏟아지길래,
그래 신주쿠가 종점이니까 자자...
방송에서 신주쿠 뭐시기 하는 소리를 듣고 반사적으로
깨어나니 다 온 모양이다.
우리는 가방을 가지러 앞쪽 칸으로 걸어 가는데..
7호차는 식당 칸이었는지 뭔지, 들어가는 문이 잠겨져 있고,
영어로
Staffs Only 라고 써져 있길래.. 분명히 아까 올때는 안 잠겨 있었는데,
왜 잠겼지 이상하다 하면서 문을 몇번 철컥철컥 하다가.. 두드려도 보다가 하는데,
안되겠다 싶어 기차가 서있으니, 워리에게 밖으로 나가서 다음 호차로 옮겨가자 그랬다.
워리가 먼저 나갔는데,
다시 들어오는 거다. "왜 그래" 묻는 나를 보고 그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어 이상하다.." 그런다. 뭐 말을 안하고 그러고 있으니 답답...
길을 막고 서서 이야기를 해서 내가 나가려고 하니까
하는 말이...
"앞에 기차가 없어.."
"....... 뭐?"
"기차가 없어."
뭐 잘못 들은 줄 알고 나갔더니 정말 휑하니 기차길만
있고 기차가 없는게 아닌가...
완전 이 황당함이란 이루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는데..
순간 일년동안 선물하나 안보내서 가족들 선물이랑
잔뜩 들었는데, 어쩌나 생각부터,
12년도 넘게 쓴 나의 허름하지만 정든 수트 케이스랑 별게 다 생각나더니,
정신이 다시 바싹 들어 문제를 해결해야 겠다 싶어서
부랴부랴 역무원을 불렀다.
기차는 종점이라 거기에 서있었고,
우리는 말이 안통하는 역무원을 붙들고 서서 온몸으로
이야기했다.
짧은 일본어 실력으로 "와타시노 니모쯔 니모쯔..." 해가며 말을 하는데.. .
... 진작 일본어좀 배워 놓을 걸..
친한 친구들 다 일본 사람인데, 나 여태 뭐했니...
친절한 역무원은 우리를 데리고 사무실로 가더니 일본말로
뚜그득뚜그득 이야기 하니
사무실에 있던 역무원 2는 짧은 영어로 설명하는데, 사실 뭐라그러는지 알수 없었다.
우리가 못알아 듣고 있으니,
그림을 그려주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금방 알아먹겠드라.
(근데 우리가 쓰는 방향이라 반대로 그리는 신기함.
우리는 갈때 꼭 왼쪽에서 오른쪽을 표시하는데, 역무원 2께서 그리신 그림은 오른쪽에서 기차가 온다.)
그래, 그러니가
기차가 두개가 붙어서 가다가 ,
한 부분은 도쿄역에서 오푸나(OFUNA) 역으로 가고, 한 부분은 신주쿠로 오는 거랜다.
그 한부분은 앞쪽이었고, 다른 한 부분은 뒤쪽이었는데,
그게 1~6,
7~12호차라는 것.
왜, 이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 걸까. 그것도 뇌가 두개나 모여있는데... 참으로...
상상못한 일을 겪은 우리는 역무원 2가 오푸나 역무실에 전화를 해서 짐을 받아 놨는지를 확인하는 동안
역무실에 죄수처럼 앉아 기다렸다.
한숨 돌리고 나니,
그제사 어찌나 웃음이 나는지,
그 기차가 없던 황량한 기차길을 봤을 때의 기분을
생각해 보니까
웃겨 죽겠어서 완전 쪽팔림을 무릅쓰고 엄청 웃어
댔다.
결국 우리는 오푸나 까지 가는 기차를 다시 타고
가서 사랑하는 짐들을 찾아 신주쿠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다.
오가며 느낀 일본의 풍경 중 감동적이었던 것은,
정말 실감나게 친절한 역무원 아저씨들.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그리고 손걸래로 닦은 듯한 깨끗한 쓰레기통.
스고이이~~
그렇게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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