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딸의 역마살 편지

새로운 가족을 만들며 살아가는 인생 본문

살아계신 하나님, 엄마아빠께.

새로운 가족을 만들며 살아가는 인생

막내 딸 2012. 12. 25. 19:55

사랑하는 엄마 아빠께, 


올해도 크리스마스라고 세상은 떠들석 해요. 

예수님이 태어나신날을 종교를 막론하고, 국가를 막론하고 전세계가 이렇게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해요. 오늘도 우리는 우리집 손님들하고 같이 저녁식사나 하려고 해요. 

언제부턴가 나는 매년 새로운 사람들과 마치 가족처럼 이렇게 즐거운 날을 보내곤 하는 것 같아요.

우리 식구들하고 크리스마스를 보내본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말이예요. 


처음 외국으로 떠돌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이미 익숙했는지, 아니면 생존본능으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참 잘도 그렇게 지내는 것 같아요. 

여기저기 새로운 가족들을 만들며 살아가는 인생인가봐요. 

분명 엄마아빠가 내게 물려주신 이 적응력 때문이겠지요. ^^ 


어디가나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것이 즐겁고 행복해요.

새로운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아빠 엄마는 나의 그런 삶속에 누가 들어와 있나 궁금해 하실 것도 같은데,

항상 멀리 있다는 이유로, 내가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 인사시켜드리지 못하고, 그렇게 지나가서 안타깝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렇지만, 이 떠돌이 인생에는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드는 것은 역시나 힘든 가봐요. 

남은 대학친구들 말고는 항상 새로이 만나고 또 다시 떠나는 사람들의 반복이더라구요. 


결국 엄마아빠와 같은 가족은 이렇게 오래도록 만나지 않아도

그렇게 그립고, 보고 싶고, 좋은 것을 먹을 때, 볼 때 항상 생각나는데 말이예요.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 건가봐요. 


작년에도 처음보는 민박 손님들을 위해 음식을 차리고 함께 즐겁게 저녁을 보냈어요.

그때가 민박 1주년에 크리스마스 파티였는데, 올해는 민박 2주년에 크리스마스 파티예요. 

벌써 2년이나 지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또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새로운 가족이라 생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거예요. ^^ 

이제 요리를 슬슬 시작하면, 

사람들하고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고 그러면서 이 외국에서 우리 이방인들도 함께 즐거워 하겠지요. ^^ 

아빠 엄마와 함께 하는 그 시간을 기다리면서 생각나서 몇자 적어봐요. 


엄마 아빠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 


사랑하는 딸,

비오는 런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