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딸의 역마살 편지
감사하다. 본문
사랑하는 아빠, 엄마께,
지난 8월 21일 처음 임신 테스트를 하고 엄마, 아빠께 전화를 해서 임신을 한 것 같다고 말씀 드렸을 때,
엄마가 "참 감사하다."
그러시길래, 우리 엄마는 신앙하시는 사람이라 그런 말씀을 잘 하신다고 생각했어요.
참아버님 병석에 계신다고 하는 때라, 금식을 하고 있었는데,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나는 걱정하고 있는데,
엄마가 더 잘 되었다고 하셨었잖아요. 보통 엄마는 아니시지요. ^^
초음파 사진을 엄마한테 보내고 나니, 엄마는 또 "참 감사하다" 하셨어요.
시어머니한테도 초음파 사진을 보내면서 "저도 아가도 다 건강하대요." 했더니
어머님도 엄마처럼 "참 감사하구나." 하셨어요.
두 어머니들의 입에서는 "다행이구나"라는 말보다 "감사하다"는 말이 나왔을까..
그날 그렇게 앉아 생각하고 있는데,
자식이라는 것이 이렇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것인줄
문득 뱃속에 사랑이를 생각하니 머리속을 스쳐 지나가더라구요.
사랑이가 없었으면, 엄마들의 이런 '감사함'을 나는 알았을 까요.
건강하게만 자라달라는 부모님들의 말씀이 뼈저리게 다가오고,
초음파로 보이는 움직이고 기지개를 펴는 모습에도 눈물이 날 것 같이 기쁘던 그 감동을
나는 사랑이가 없었으면, 어떻게 알았을까요.
자식은 '있어주는 것' '존재해주는 것'만으로도 효도를 다 하는 거라고 했던 대학시절 동양철학 교수의 말이 문득 떠올랐어요.
처음 초음파를 보면서 사랑이가 몸을 튕기면서 내 자궁안에서 놀고 있는 모습에
신기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더라구요.
사랑이가 움직이며 또 웃고 웃다가 심장소리를 듣는 순간에는 목마저 메여왔어요.
생명이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그 어떤 예술로도 줄 수 없는 감동과 깨달음을 동시에 주는 생명창조..
엄마아빠가 이렇게 위대해 보이는 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부모의 사랑이라는 것이 가장 고차원의 사랑의 권이라고 말씀하셨나 봐요.
그래서 인지, 앞으로 펼쳐질 날들이 무작정 '걱정'만 되기보다
왠지 나도 그 위대한 부모의 그룹의 대열에 섰다는 것이 위로가 되고 자랑스러워지고 있어요.
의지도 더 강해지는 것 같구요.
엄마아빠 처럼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싶다가도,
엄마아빠가 날 이렇게 키워주셨으니, 난 더 나은 자식을 만들어야지 다짐도, 결심도 하게 되어요.
우리 사랑이가 엄마아빠에게도 더할 나위없는 기쁨이기를 바래요. ^^
엄마 아빠, 감사해요.
언제나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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