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딸의 역마살 편지
무얼해도 부족한 마음; 사랑이 책 - 숫자/글자편 본문
사랑하는 아빠 그리고 엄마.
2월이 되고 나니까 밖에 햇살이 비치고 날도 많이 따뜻해졌어요.
런던 겨울은 참기 힘들지만, 그래도 지나고 나면 햇살이 이렇게 감사하다는 것을 알게해주니,
꼭 나쁜 것 만은 아닌 것 같아요.
이제 사랑이를 만날 날도 두달 앞으로,
엄마 아빠를 만날 날도 한달 앞으로 다가 왔어요 .^^
얼마나 설레고 기쁜지 이루 표현할 수 없어요. ㅎㅎㅎ
그치만 그전에 해야 할 일들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조금은 바쁘게 지내고 있기도 하지만요.
얼마전에는 조금씩 심심할때 마다 사랑이를 생각하며 만든 사랑이 책을 얼추 끝냈어요.
출판을 한게 아니라 그냥 내가 연습장 하나 사서 만든건데,
어느 사이트에서 보니, 엄마가 태교를 할때 미리 숫자공부 글자공부를
다양한 색깔들을 보면서 읽고 쓰다 보면 아이한테도 좋다 하길래,
'공부'로 하기는 좀 그렇고.. (이미 다른 공부로도 머리가 복잡하니.. ㅋㅋ)
내가 그림놀이 한다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간만에 물감도 쓰고, 크레용도 쓰고,
연필로 스케치도 하고, 색연필로 색칠도 해 보고 하니까,
중학교때 미술학원 다닐때도 생각나면서 재밌더라구요.
하다보니까 연습장 한권을 다 썼는데,
지금은 그림에 맞는 이야기를 지어보고 있어요.
제일 첫장에는 사랑이가 나중에 보게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마음과 바램을 담아 편지를 썼구요,
숫자랑, 닮은 모양의 그림, 그리고 그거랑 관련된 이야기들을 적어봤어요.
태교용 동화책 읽는 대신 이거 읽는 것도 재밌어요 .ㅎㅎ 내가 썼다고 하니까 읽을때마다 쑥쓰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그래요.
내가 색깔을 맘대로 쓰니까, 더 강렬하고 자연스럽기도 하고, 여튼 사서 보는 책보다 재밌어요.
신랑이 보면서 웃기다고 볼 때마다 같이 웃으니 더 좋기도 하구요.
하나하나 내손으로 만들어 주고 하는게,
비단 아이한테만 좋은게 아니라 엄마인 저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
아이 생각하면서 즐겁고, 내가 하고 싶은 일 취미처럼 해서 즐겁고..
엄마 영국오시면 보여드릴께요.
엄마도 별걸 다 했다고, 웃기다고 웃으실지 모르겠지만,
여튼 엄마가 된다고 생각하니, 사실 무얼 해도 부족한 마음이 들어요.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고 하는 것 모두다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뭔가를 하고 있어도 계속 부족한 것들만 눈에 보이고 말예요.
엄마, 아빠도 그러셨겠죠.
그래서, 아직도 더 주지 못해서 미안해하시는 거죠?
엄마 아빠 사랑 충분히 많이 받으며 자랐으니, 저도, 우리 사랑이 한테도 그렇게 주면서 사는 부모되길 오늘도 바래요.
오늘도 사랑하고 보고 싶어요.
햇살나는 런던에서.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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