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딸의 역마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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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계신 하나님, 엄마아빠께.

엄마와의 상봉

막내 딸 2013. 3. 26. 08:12

사랑하는 아빠, 


오늘은 특별히 아빠에게 편지를 써요.

엄마는 내 곁에, 우리 같은 지붕아래 주무시고 계세요. 


아빠를 혼자 남겨두고 출산이라고 엄마를 여기로 모시는게 

괜찮은 일인가 걱정 많이 하면서 모시기는 했는데, 

여전히 아빠가 제일 맘에 걸리네요. 


내일이면 생신이신데, 

딸도 없고 엄마도 없고...  ㅠㅠ 

죄송하기 그지없어요. 

그저 우리 사랑이가 태어나서 외할아버지에게 지금 고생 다 보답해 드리길 바래볼 뿐이예요. 


엄마는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잘 도착하셨어요.

비행시간이 너무 길어서 몸이 많이 불편하셨다면서,

엄마는 오시자 마자 아빠 걱정이세요. 

아빠 허리도 않좋으신데, 10시간 넘게 의자에 앉아 오시는게 너무 힘들 것 같다면서.

이제 30대 초반인 나도 10시간 비행은 너무 힘든데,

저도 그게 걱정이네요. 





엄마가 오신지 벌써 4일이 지났어요. 

엄마랑 시내 유명한 동네도 다니고, 

장도 보고, 

음식도 해먹고, 

오늘은 피쉬앤 칩스(생선튀김과 감자튀김)도 먹었어요. 

엄마는 생선은 다 드셨는데, 감자튀김은 너무 느끼하다고 남기셨어요. 

매일 매일 다니면서 이건 얼만지, 저건 얼만지 매일 물어보세요. 

논산에서는 밭에 나가면 거두어 먹을 있었던, 지천에 깔린 파 조차도,

런던에서는 서너개 묶여있는 파 한 단에 3-4000원인 가격을 보고, 

엄마는 매일 놀라세요. 

근검절약하며 살아야 겠다고. 오신지 며칠 되었다고 매일 같이 말씀하세요. ^^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나라니, 

걱정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워낙 이런곳에 사는 것이 익숙한 나는 엄마의 놀라워 하시는 모습이 

더 놀라운 거 있죠. ^^ 

여튼 여기는 물가가 비싸기는 한가봐요.

나는 한국이랑 비교를 잘 못하고 지내니 그런가 보다 했는데.. 


엄마가 와서 김치도 담구어 주셨어요.

엄마김치는 어떤 재료로 만들어도 맛있어요. 

육개장도 먹고, 시원한 북어국도 먹었어요. 

여기서는 쉽사리 집에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면 믿으실까요... 


요즘 신랑과 저는 복에 겨웠지요. 

엄마 덕분에 아침이 여유로워지고, 

심심하지도 않고 매일매일 엄마와 수다가 장난이 아니예요. 

이런 시간이 인생에 또 언제 있을까 싶어,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해요. 


사랑이도 나오고, 아빠도 오시면 

집안이 더 북적거리고, 가족들이 사는 기분이 나겠지요. ^^ 

생각만 해도 행복해요. 


언젠가 오래오래  같이 살 날이 오면 좋겠어요. 


오늘도 사랑하고 보고 싶어요 아빠.

혼자계시지만, 그래도 항상 마음으로는 같이 하니, 너무 외로워 마세요.  ^^ 


런던에서 딸. 


2층 버스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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